
일곱 언덕 위의 영원한 도시
로마는 테베레 강변의 일곱 언덕 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이탈리아의 수도로, 고대 로마 제국의 심장부였던 곳이자 이후 가톨릭 교회의 중심지로도 기능해온 이중적 역사를 지닌 도시다. '영원한 도시'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로마는 이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어져 왔으며, 오늘날에도 고대 유적과 르네상스 건축, 바로크 양식의 분수와 성당, 그리고 현대적인 생활 공간이 한 도시 안에 층층이 쌓여 있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도시 한복판에는 독립국가인 바티칸 시국이 자리하고 있어, 로마는 세속 국가의 수도이면서 동시에 세계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라는 특별한 이중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로마 시내에는 순례객을 위한 숙소와 성직자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는 다른 유럽 수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로마만의 독특한 일상이다.
로마의 도시 구조는 고대의 도로망과 중세, 근대의 확장이 뒤섞여 형성된 결과로, 파리나 런던처럼 명확한 격자형 계획도시가 아니라 골목과 광장이 유기적으로 얽힌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로마를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골목에서 갑자기 고대 신전의 기둥이나 분수를 마주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런 우연한 발견이야말로 로마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꼽힌다. 도시 전역에서 발굴 작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지하철 공사 중에 고대 유적이 발견되어 노선 계획이 변경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것도 이 도시만의 특징이다. 실제로 로마의 지하철 노선이 다른 유럽 대도시에 비해 훨씬 단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 땅을 파는 곳마다 유물이 쏟아지는 도시에서 대규모 지하 공사를 진행하는 일 자체가 매우 까다로운 과제로 여겨진다.
기후는 지중해성으로 여름은 덥고 건조하며 겨울은 온화하고 비가 잦은 편인데, 특히 한여름에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관광객이 몰려 유적지마다 긴 줄이 이어지므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대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로마인들은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에 사는 자부심이 강한 동시에 느긋한 생활 리듬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어서, 점심시간 이후 상점이 잠시 문을 닫는 리포소 관습이 일부 지역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여유로운 태도는 식사 시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로마인들은 저녁 식사를 밤 여덟시 이후에 시작해 두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즐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이 때문에 관광객이 이른 저녁에 식당을 찾으면 현지인 손님이 거의 없는 한산한 풍경을 마주하기도 한다.
콜로세움에서 트레비 분수까지, 층층이 쌓인 시간
로마 여행의 상징은 단연 콜로세움이다. 고대 로마 시대 검투사 경기와 대중 오락이 펼쳐졌던 이 원형 경기장은 웅장한 규모와 정교한 건축 기술로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방문객들을 압도하며, 바로 옆의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까지 함께 둘러보면 고대 로마 정치와 일상의 중심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판테온은 거대한 돔과 천장 중앙의 원형 창으로 유명한 고대 신전으로, 이천 년 가까이 원형을 유지해온 건축적 완성도 덕분에 르네상스 건축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크 시대의 유산으로는 트레비 분수를 빼놓을 수 없는데, 조각상들이 역동적으로 물살과 어우러진 이 분수에 동전을 등 뒤로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전설 때문에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스페인 광장의 계단은 18세기부터 로마 사교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근처 나보나 광장에서는 베르니니가 조각한 네 강의 분수를 중심으로 거리 예술가와 카페가 어우러진 활기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도시 안에 자리한 독립국가 바티칸 시국에서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로 유명한 시스티나 성당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인 성 베드로 대성당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로마 여행에서 반나절 이상을 할애할 만한 별도의 목적지로 여겨진다. 성 베드로 대성당 돔에 올라가면 로마 시내와 바티칸 정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다소 힘든 여정이지만 정상에서 마주하는 전경은 그만한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베레 강 건너편의 트라스테베레 지구는 좁은 골목과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건물, 그리고 소박한 트라토리아가 모여 있는 동네로, 관광객보다 현지인의 일상이 살아 숨쉬는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저녁 무렵 이 지구의 광장에 모여 앉아 와인 한 잔을 즐기는 현지인들 사이에 섞이면, 유적 관람 위주의 일정과는 또 다른 로마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근교로는 기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오스티아 안티카 고대 항구 유적이나, 화산 폭발로 매몰된 폼페이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여행자도 많다. 보르게세 공원과 그 안에 자리한 보르게세 미술관은 베르니니의 조각과 카라바조의 회화를 소장하고 있어, 유적 위주의 일정에 지친 여행자들이 잠시 숨을 돌리기에 좋은 장소로 꼽힌다. 공원 내 시립 미술관에서는 무료로 근현대 로마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르기 좋다.
젤라토와 아페리티보, 로마에서 알아둘 것들
로마의 음식 문화는 파스타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달걀과 치즈, 후추, 관찰레로 만드는 카르보나라나 매콤한 토마토소스에 관찰레를 더한 아마트리치아나처럼 로마 고유의 파스타 요리는 이 도시를 대표하는 미식으로 꼽히며, 로마식 피자는 얇고 바삭한 도우가 특징이어서 나폴리식 피자와는 확연히 다른 식감을 지닌다. 저녁 식사 전에는 가벼운 안주와 함께 술 한 잔을 즐기는 아페리티보 문화가 있어,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이 시간대의 여유를 함께 누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로마는 도보로 둘러보기 좋은 규모의 도심을 갖고 있지만 자갈길이 많은 만큼 편한 신발이 필수적이며, 대중교통으로는 지하철과 버스가 있으나 노선이 제한적이어서 도보와 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유적지 방문 시에는 성당이나 종교 시설에서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단정한 복장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겉옷을 챙겨두는 것이 좋다. 소매치기는 관광객이 몰리는 콜로세움 주변이나 대중교통 안에서 종종 발생하므로 소지품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주요 유적지는 사전 예매를 통해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여름 성수기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온라인으로 입장권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식당에서는 자릿세 개념의 코페르토가 별도로 청구되는 경우가 흔하고, 카푸치노는 아침에만 마시는 음료로 여겨져 식사 후에 주문하면 현지인들에게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흥미로운 문화적 차이다. 커피 역시 자리에 앉지 않고 바에 서서 짧게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 로마인들의 흔한 습관으로, 이렇게 서서 마시면 테이블 이용료 없이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젤라토는 하루 중 아무 때나 즐기는 로마인들의 국민 간식으로, 천연 재료로 만든 가게를 찾아 색이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곳을 고르는 것이 좋은 젤라토를 만나는 요령으로 꼽힌다. 물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나소니라 불리는 공공 식수대가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더운 여름철 병에 물을 채워 다니며 절약과 환경을 동시에 챙기는 로마인들의 생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팁 문화는 필수가 아니지만 만족스러운 서비스에 소액을 남기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로마인들은 손짓과 표정을 곁들여 대화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표정과 몸짓만으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는 이 도시만의 흥미로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