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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여행 가이드 - 네지드 고원의 요새 도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심장

by 하늘로고고씽 2026. 9. 14.

네지드 고원의 요새 도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심장

리야드는 아라비아반도 중앙의 네지드 고원에 자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로,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내륙 도시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걸프 연안의 두바이나 도하와는 확연히 다른 발전 경로를 걸어왔다. 도시의 뿌리는 진흙 벽돌로 지어진 요새 마을에 있는데, 사우드 왕가가 이곳을 거점으로 아라비아반도를 통일해나가면서 오늘날 왕국의 정치와 행정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리야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이슬람 규범이 강하게 유지되어온 도시로 꼽히며, 최근 몇 년 사이 추진되고 있는 개방 정책과 대규모 도시 개발이 이 전통적 색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걸프 연안의 항구도시들이 오래전부터 외부 교역과 이민에 열려 있었던 것과 달리, 내륙 깊숙이 자리한 리야드는 지리적으로 고립된 환경 속에서 고유한 부족 문화와 이슬람 신앙을 비교적 순수한 형태로 지켜올 수 있었다는 점도 이 도시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최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장기 국가발전계획에 따라 리야드는 관광과 엔터테인먼트, 첨단산업을 아우르는 국제도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도심 곳곳에서는 초고층 빌딩 건설이 한창이며, 한때 여성의 영화관 출입조차 제한되었던 도시에 최근에는 대형 콘서트홀과 테마파크가 속속 들어서는 등 사회 전반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 인구 구성 면에서는 사우디 자국민과 함께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랍어가 공용어이지만 국제화 흐름 속에서 영어 사용 빈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도시 서부에는 킹 압둘라 금융지구가 조성되어 다국적 기업과 은행이 밀집한 초현대적 업무지구를 이루고 있는데, 이 구역의 대담한 현대 건축은 전통적인 나즈디 양식의 옛 도심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리야드가 짧은 시간 안에 겪어온 변화의 폭을 실감하게 한다.

기후는 전형적인 사막성으로 여름철 낮 기온이 45도를 넘나드는 혹서기가 이어지는 반면, 겨울철에는 밤 기온이 쌀쌀하게 떨어질 만큼 일교차가 크다. 이 때문에 야외 활동은 대개 11월부터 3월 사이의 선선한 시기에 집중되며, 여름철에는 실내 쇼핑몰이나 에어컨이 갖춰진 시설 위주로 일정을 짜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시 전체가 격자형 도로망을 따라 넓게 뻗어 있어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이나 택시 위주의 이동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까지는 도보로 이동하기 어려운 광활한 스케일이 리야드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특징으로 꼽혀왔다.

디리야에서 킹덤 타워까지, 옛 요새와 신도시

리야드 여행에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디리야 유적지다. 사우드 왕가의 발상지인 이곳은 진흙과 짚으로 지은 전통 나즈디 양식 건물들이 복원되어 있으며, 왕국 성립 이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과 전통 시장이 함께 조성되어 있다. 저녁이면 조명이 켜진 성벽과 골목이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 현지인들이 산책 삼아 즐겨 찾는 명소로도 자리 잡았다. 구시가지의 마스마크 요새는 사우디아라비아 건국 초기 역사에서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로, 소박한 규모의 진흙 요새 안에서 왕국 통일 과정을 담은 전시를 살펴볼 수 있다. 요새를 둘러싼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에는 알 자즈아 재래시장이 이어져 있어 향신료와 대추야자, 전통 향수 등을 구경하며 흥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근대적 개발이 활발한 리야드에서 옛 도심의 정취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구역으로 꼽힌다.

현대적인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는 곳은 킹덤 타워와 알 파이살리야 타워로, 두 건물 모두 전망대를 운영하고 있어 사막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도시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킹덤 타워 꼭대기의 스카이브리지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개방형 구조로 유명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타워 하단에는 여성 전용 층이 별도로 운영되는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어, 사우디아라비아 특유의 사회적 관습이 상업 공간의 설계에도 반영되어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 조성된 부바리즈 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 공원을 표방하며 개발이 진행 중인데, 완공되면 리야드의 녹지 공간과 여가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립박물관에서는 아라비아반도의 선사시대부터 이슬람 문명의 발흥, 사우디아라비아 건국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있어 이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근교의 에지 오브 더 월드라 불리는 절벽 지대는 리야드에서 차로 두어 시간 거리에 있는데, 고원 지대가 갑자기 끊어지며 아득한 사막 평원이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어 도심 여행에 지친 이들이 즐겨 찾는 근교 코스로 꼽힌다. 최근에는 리야드 시즌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문화 축제가 겨울철마다 열려 국제 공연과 놀이시설, 불꽃놀이 행사가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데, 이는 폐쇄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대중 엔터테인먼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리야드의 최근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아바야와 기도 시간, 리야드에서 알아둘 것들

리야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이슬람 규범이 유지되는 도시로, 여성 여행자의 경우 몸 전체를 가리는 검은 겉옷 아바야를 착용하는 것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권장되며 일부 시설에서는 요구되기도 한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규정이 다소 완화되어 반드시 얼굴을 가리는 니캅까지는 요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으나,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복장을 갖추는 것이 여행 중 불필요한 시선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 다섯 차례의 기도 시간이 되면 상점과 식당이 잠시 문을 닫는 경우가 흔하므로, 이 시간대를 고려해 일정을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술은 국가 전역에서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되어 있어 호텔을 포함한 어떤 시설에서도 음주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다른 걸프 국가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음식 문화에서는 양고기와 쌀을 향신료와 함께 조리한 캅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표하는 요리로 꼽히며, 대추야자와 아랍식 커피 가와를 손님에게 대접하는 관습은 리야드에서도 중요한 환대의 표시로 통한다. 시내 이동에는 최근 개통된 리야드 메트로가 유용하게 쓰이며, 여성 전용 칸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등 사회적 관습을 반영한 운영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진 촬영이나 공공장소에서의 행동에 있어서는 현지 관습을 존중하는 태도가 특히 중요하며, 정부 시설이나 종교적으로 민감한 장소에서는 촬영을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관광 비자 발급이 간소화되면서 외국인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이에 맞춰 국제 체인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가는 도시 개발 속도에 비례해 상승하는 추세지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소규모 식당을 이용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정통 사우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금요일은 이슬람 예배일로 상점과 관공서 운영시간이 조정되므로 일정을 짤 때 이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으며, 남녀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가족용 좌석과 남성 전용 좌석이 구분된 식당도 여전히 존재해 자리를 안내받을 때 상황을 살피는 편이 자연스럽다. 현지인과 인사를 나눌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는 것이 예의이며, 이성 간의 신체 접촉은 공공장소에서 삼가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이므로 악수를 청할 때도 상대방의 태도를 먼저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내 냉방이 강한 편이라 사막 기후임에도 가벼운 겉옷을 챙겨두면 쇼핑몰이나 식당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