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곱 개의 섬이 만든 인도 경제의 심장
뭄바이는 원래 일곱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오랜 매립 공사를 거쳐 하나의 반도형 도시로 합쳐졌으며, 이러한 지형적 배경은 지금도 좁고 긴 도시 형태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과거에는 봄베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포르투갈과 영국의 지배를 거치며 인도 서부 최대의 항구도시로 성장했다. 오늘날 뭄바이는 인도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이자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힌디 영화 산업의 본고장으로, 인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도시는 남쪽 끝의 콜라바 지역부터 시작해 북쪽 교외로 길게 뻗어 있는 구조를 띤다. 콜라바와 포트 지역에는 영국 식민지 시절 지어진 고딕 양식과 인도-사라센 양식이 섞인 건축물들이 밀집해 있고, 반드라와 주후 지역은 발리우드 스타들의 저택과 세련된 카페가 자리한 부촌으로 유명하다. 반면 도시 중심부의 다라비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꼽히는 밀집 주거지역으로, 뭄바이가 지닌 극심한 빈부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후는 열대몬순 기후로, 6월부터 9월 사이의 우기에는 아라비아해에서 몰려오는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반대로 겨울철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비교적 선선하고 맑은 날씨가 이어져 여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로 꼽힌다.
뭄바이의 상징 중 하나는 통근 열차로, 출퇴근 시간이면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콩나물시루처럼 열차에 몸을 싣고 이동하는 광경이 도시의 역동성과 동시에 살인적인 인구 밀도를 보여준다. 이런 혼잡함 속에서도 뭄바이 사람들은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기질로 유명하며, 이는 발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뭄바이는 인도에서 가장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도시로 평가받으며, 다양한 종교와 언어, 계층이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복합적인 도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인도 증권거래소와 인도준비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나리만 포인트 지역은 인도 경제의 심장부로 불리며, 마천루가 밀집한 스카이라인은 다른 인도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항구도시라는 정체성 역시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어, 뭄바이항을 오가는 화물선과 어선이 도심 해안선을 따라 끊임없이 오간다. 원주민 어업 공동체인 콜리족이 오랫동안 터를 잡아온 어촌 마을이 대도시 한가운데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도 뭄바이만의 독특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에서 마린 드라이브까지
뭄바이 여행은 흔히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에서 시작된다. 영국 왕의 인도 방문을 기념해 세워진 이 개선문 형태의 건축물은 아라비아해를 마주 보고 서 있으며, 바로 맞은편에는 인도-사라센 양식의 화려한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이 자리해 뭄바이를 대표하는 사진 명소를 이룬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엘레판타 섬의 힌두교 석굴 사원까지 다녀올 수 있다. 섬 안쪽 동굴에는 시바 신을 형상화한 거대한 삼면 조각상이 새겨져 있어, 고대 인도 조각 예술의 정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빅토리아 시대 고딕 양식의 정수로 꼽히는 차트라파티 시바지 터미너스는 여전히 실제 기차역으로 운영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웅장한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인상적이다. 인근의 크로퍼드 마켓과 자베리 바자르는 향신료와 보석, 직물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이는 전통 시장이다. 뭄바이 대학교와 하이코트 건물이 늘어선 오벌 마이단 주변 거리는 영국 식민지 시절 도시계획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책로로, 크리켓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웨일스 왕자 박물관으로도 알려진 차트라파티 시바지 마하라지 박물관은 인도-사라센 양식의 웅장한 건물 안에 고대 조각과 세밀화, 무기류를 소장하고 있어 짧은 시간에 인도 미술사를 개괄하기에 좋다.
해안을 따라 조각달 모양으로 뻗은 마린 드라이브는 '여왕의 목걸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야간 조명이 아름다운 산책로로, 해 질 무렵이면 현지인과 여행객이 함께 방파제에 걸터앉아 노을을 감상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주후 비치는 도심에서 가까운 해변으로, 저녁이면 길거리 음식 노점이 늘어서 활기를 띤다.
발리우드 스튜디오 투어나 다라비 지역을 둘러보는 현지 가이드 투어는 뭄바이의 이면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적인 여행 방식으로 여행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 알리 다르가는 바닷물 위에 놓인 좁은 방파제 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이슬람 성지로, 밀물 때는 길이 물에 잠겨 접근이 어려워지므로 물때를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편이 좋다. 반드라 지역의 반드라-우를리 씨링크 다리는 뭄바이의 현대적인 개발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구조물로, 야간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이 다리를 이용하면 남쪽 도심과 북쪽 교외를 잇는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되어, 뭄바이의 만성적인 교통 정체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바다파브 한 입, 통근열차 한 번으로 배우는 뭄바이
뭄바이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는 매콤한 감자 패티를 빵 사이에 끼운 바다파브로,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서민 음식이다. 이 밖에도 튀긴 면과 채소를 매콤하게 볶은 파브 바지, 다양한 튀김과 처트니를 곁들인 짜트류가 거리 곳곳에서 팔린다. 뭄바이는 채식 인구 비중이 높은 편이라 순수 채식 식당을 뜻하는 '퓨어 베지'라는 표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인도식 아침 식사인 이들리와 도사를 파는 식당도 도시 곳곳에 자리해, 뭄바이가 인도 전역의 음식 문화가 모여드는 용광로 같은 도시임을 실감하게 한다. 콜리 어촌 공동체의 영향으로 새우와 폼프렛 같은 해산물 요리도 발달해 있어, 해안 도시다운 다채로운 식탁을 즐길 수 있다.
시내 이동에는 로컬 트레인이 가장 빠르고 저렴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므로, 여행자라면 가급적 혼잡 시간을 피하거나 우버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고 편리하다. 열차에는 여성 전용 칸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여성 여행자도 비교적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인도 전역과 마찬가지로 사원 방문 시에는 신발을 벗고 노출이 적은 옷차림을 갖추는 것이 예의이며, 뭄바이 사람들은 대체로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도 친절하고 활달한 태도로 외지인을 대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다바왈라라 불리는 도시락 배달원들이 매일 수십만 개의 도시락을 정확히 배달하는 시스템은 뭄바이 특유의 조직적인 생활 문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꼽힌다.
우기에는 갑작스러운 폭우로 도로와 열차 운행이 마비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 시기에 방문한다면 일정에 여유를 두고 기상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뭄바이는 인도의 다른 도시에 비해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비교적 개방적이고 무난한 태도를 보이는 편이지만, 인구가 워낙 많은 만큼 소지품 관리에는 항상 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바왈라의 도시락 배달 문화처럼 뭄바이 시민들의 삶에는 정확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실용적인 태도가 곳곳에 배어 있어, 분주함 속에서도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는 도시라는 인상을 남긴다. 짧은 일정으로 뭄바이를 찾는다면 남부 콜라바 지역을 중심으로 도보 이동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정을 짜는 것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 된다. 습한 날씨 탓에 여름과 우기에는 가벼운 통풍성 옷차림이 유용하며, 갑작스러운 폭우에 대비해 방수 가방을 챙기는 것도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