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네 개의 섬이 이어진 물의 도시, 스톡홀름
스톡홀름은 스웨덴의 수도로, 발트해와 멜라렌 호수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열네 개의 섬과 이를 잇는 오십여 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독특한 지리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도시 어디에서나 물이 가까이 있어 물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여름철에는 시내 한복판에서도 수영과 카약을 즐기는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수질이 깨끗하다.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페리와 대중교통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이동이 불편하기는커녕 오히려 배를 타고 도시를 여행하는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세련되고 절제된 디자인 감각이 건축물과 거리 곳곳에 배어 있어, 북유럽 디자인의 본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풍경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톡홀름은 위도가 높아 여름과 겨울의 일조량 차이가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한여름에는 밤이 거의 오지 않는 백야에 가까운 현상을 경험할 수 있고 겨울에는 오후 서너 시부터 어두워지는 긴 밤을 보내게 된다. 이 때문에 스톡홀름 시민들은 여름이 되면 야외 활동과 일광욕에 몰두하고, 겨울에는 실내에서 촛불을 켜고 아늑한 시간을 보내는 생활 리듬을 지니고 있다. 감라스탄이라 불리는 구시가지는 좁고 자갈이 깔린 골목과 중세풍 건물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물가는 북유럽 도시답게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사회 인프라와 치안 수준이 우수해 여행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도시로 꼽힌다.
스톡홀름은 한자동맹 시절부터 발트해 무역의 요충지로 번성해 왔으며, 이런 역사적 배경 덕분에 도심 곳곳에서 중세와 근대 건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가 여러 섬으로 나뉘어 있는 지형 특성상 각 구역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데, 왕궁이 있는 구시가지는 고풍스럽고 쇠데르말름이라 불리는 남쪽 섬은 예술가와 젊은이들이 모이는 힙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케아, 볼보, 에릭슨 같은 세계적 기업의 발상지답게 실용성과 기능미를 중시하는 스웨덴식 디자인 철학이 도시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최근에는 스포티파이 같은 정보기술 스타트업이 다수 탄생하며 북유럽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전통적인 디자인 감각과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모습이 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으로 꼽힌다. 이처럼 여러 얼굴을 지닌 도시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스톡홀름만의 인상적인 균형감이라 할 수 있다.
구시가지 감라스탄과 바사 박물관이 전하는 스웨덴 역사
감라스탄 구시가지는 스톡홀름 왕궁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왕궁 앞에서는 매일 정오 무렵 근위병 교대식이 열려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좁은 골목 사이로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이 자리해 있는데, 알록달록한 상인 조합 건물들이 늘어선 이 광장은 스톡홀름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사는 붉은 벽돌 건축물로, 황금의 방이라 불리는 화려한 모자이크 홀을 직접 둘러볼 수 있어 스웨덴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유르고르덴 섬에 자리한 바사 박물관은 1628년 처녀항해 도중 침몰했다가 삼백여 년 만에 온전한 형태로 인양된 목조 전함 바사호를 그대로 전시하고 있어, 스웨덴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꼽힌다. 같은 섬에는 스칸센이라는 야외 민속박물관이 있어 스웨덴 각 지방의 전통 가옥과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으며, 북유럽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동물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를 기념하는 아바 박물관은 화려한 무대 의상과 인터랙티브 전시로 음악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청사 탑이나 카타리나 엘리베이터 전망대에 오르면 섬과 물이 어우러진 스톡홀름 특유의 도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현대미술관인 모데르나 무세트는 피카소와 달리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섬 위에 자리한 위치 덕분에 전시 관람 후 산책을 곁들이기에도 좋다. 드로트닝홀름 궁전은 스웨덴 왕실이 실제로 거주하는 곳으로 근교 호숫가에 자리해 있어 배를 타고 방문하는 여정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 노르말름 지구의 중앙역 주변은 현대적인 쇼핑가와 백화점이 밀집해 있어 전통적인 구시가지와는 다른 활기찬 도시 풍경을 보여준다. 예르데트 섬의 놀이공원 그뢰나 룬드는 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여름철 저녁이면 조명이 켜진 놀이기구와 강가 풍경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톡홀름 대성당은 감라스탄 구시가지 안쪽에 자리한 소박한 외관의 성당으로, 왕실 결혼식과 대관식이 거행되어 온 역사적 장소이며 내부의 성 예란 상은 스웨덴 조각 예술의 걸작으로 꼽힌다. 리다르홀멘 섬에는 스웨덴 역대 군주들이 안장된 리다르홀름 교회가 자리하고 있어,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감라스탄과 함께 둘러볼 만하다. 페리를 타고 조금 더 나가면 만나는 파슈타 섬은 관광객이 적어 조용히 산책하며 스톡홀름 군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숨은 명소로 꼽힌다.
피카와 시나몬번으로 느끼는 스웨덴식 여유
스톡홀름은 지하철, 버스, 트램, 페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대중교통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스톡홀름 지하철역 상당수는 벽면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꾸며 놓아 지하철을 타는 것만으로도 미술관을 둘러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통합 교통카드를 구매하면 페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섬 사이를 오가는 여행에 특히 유용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스톡홀름 군도라 불리는 수만 개의 크고 작은 섬이 펼쳐지는데, 여름철 당일치기 페리 여행으로 이곳을 둘러보는 것이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스웨덴어로 피카는 커피와 디저트를 곁들여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일상적인 문화를 뜻하는데, 스톡홀름 곳곳의 카페에서 시나몬번을 곁들여 피카를 즐기는 모습은 이 도시의 생활 리듬을 잘 보여준다. 미트볼과 링곤베리 잼을 곁들인 스웨덴식 요리는 이케아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현지 식당에서 맛보면 그 깊은 풍미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훈제 연어와 청어절임 같은 해산물 요리도 스웨덴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특히 여름철 미드솜마르 축제 기간에는 청어와 감자 요리를 곁들인 전통 식사를 즐기는 풍습이 남아 있다. 현지인들은 사적인 공간과 정숙함을 중시하는 편이라 대중교통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는 일이 드물며, 여행자도 이런 차분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맞추는 것이 좋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이다.
쇠데르말름 지구의 골목을 걷다 보면 빈티지 상점과 독립 카페가 즐비해 스톡홀름의 젊은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이곳에서 열리는 소규모 마켓에서 현지 디자이너들의 수공예품을 구경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여름철에는 백야 덕분에 늦은 밤까지 야외 활동이 가능해 심야에도 공원이나 강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겨울에는 반대로 짧은 낮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예절로는 승하차 시 순서를 지키고 조용히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식당에서는 팁이 계산서에 포함된 경우가 많아 추가로 팁을 남기지 않아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 여행 경비를 아끼려면 슈퍼마켓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구매하거나 대학가 주변의 학생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물가가 높은 도시인 만큼 며칠 머무를 계획이라면 미리 예산을 넉넉히 세워 두는 것이 여행을 한결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짧은 일정이라면 구시가지와 유르고르덴 섬을 중심으로 돌아보고, 시간이 더 있다면 군도로 나가는 페리 여행을 일정에 더해 이 도시의 다채로운 면모를 두루 경험해 보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