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루강이 빚어낸 포트와인의 도시, 포르투
포르투는 포르투갈 북부를 대표하는 도시로, 도루강 하구의 가파른 협곡 지형 위에 자리해 있어 리스본과는 또 다른 웅장한 풍경을 자아낸다. 강 양쪽 기슭을 따라 낡은 건물들이 계단식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이 도시의 트레이드마크로, 강 건너편 언덕에서 바라보면 붉은 지붕과 파스텔톤 벽돌 건물이 층층이 쌓인 장관을 볼 수 있다. 포르투갈이라는 국명 자체가 이 도시의 옛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을 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항구 도시였으며, 지금도 상업과 무역의 흔적이 도심 곳곳에 짙게 남아 있다. 리스본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하고 서민적인 정취가 강해 여행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도시의 이름 자체가 상징하듯 포르투는 포트와인의 본고장으로, 강 건너편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에는 대대로 이어져 온 와인 저장고들이 줄지어 있다. 도루강을 가로지르는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이단 구조의 철제 다리로, 위층은 지하철과 보행자가, 아래층은 차량과 보행자가 오가며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강변 풍경이 압권이다. 포르투는 대서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리스본보다 비가 잦고 습한 편이라 우산이나 방수 재킷을 챙기는 것이 여행에 도움이 된다. 언덕과 계단이 많은 지형은 관광객에게는 다소 힘들 수 있지만, 그만큼 골목마다 예상치 못한 전망이 펼쳐지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포르투는 로마 시대부터 항구로 기능해 온 유서 깊은 도시로, 중세와 근대의 건축 양식이 층층이 쌓여 있어 걷다 보면 시대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최근에는 낡은 건물을 개조한 부티크 호텔과 카페가 늘어나면서 유럽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강 상류 쪽으로 이어지는 도루 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원산지 통제 지역으로, 계단식 포도밭이 이루는 풍경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포르투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가 리스본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 섞인 아쉬움을 표하곤 하는데, 이런 정서 또한 이 도시를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단서가 된다. 실제로 두 도시 사람들 사이에는 오랜 라이벌 의식이 존재하는데, 포르투는 상업과 실용을 중시하고 리스본은 행정과 권위를 상징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지금도 회자될 만큼 두 도시의 기질 차이는 뚜렷하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포르투 곳곳에서 마주치는 소박하고 실용적인 풍경들이 한층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두 도시를 모두 방문해 직접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히베이라 강변과 렐루 서점이 만드는 포르투의 인상
강변 저지대인 히베이라 지구는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촘촘히 늘어선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역으로, 좁은 골목 사이로 빨래가 널려 있는 서민적인 풍경과 강변 레스토랑의 활기가 공존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자주 꼽히는 렐루 서점은 곡선형 나무 계단과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이 인상적인 공간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저자가 포르투 체류 시절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해 늘 긴 줄이 늘어선다. 상 벤투 기차역은 이만 장이 넘는 아줄레주 타일화로 뒤덮인 내부 벽면으로 유명한데, 포르투갈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파란색 타일 그림으로 표현해 놓아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미술관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클레리구스 성당의 종탑에 오르면 좁고 가파른 나선형 계단 끝에서 포르투 시내 전체와 도루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체력이 허락한다면 꼭 올라볼 만한 전망대로 꼽힌다. 강 건너 가이아 지구의 와인 저장고를 견학하면 포트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고 시음까지 즐길 수 있어 반나절 코스로 인기가 높다. 도루강 유람선을 타고 강 상류의 포도밭 지대까지 올라가면 계단식으로 조성된 도루 밸리의 장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 이는 포르투 근교 당일치기 여행지 중에서도 손꼽히는 코스다. 상 프란시스코 성당은 소박한 외관과 달리 내부가 온통 금박으로 장식되어 있어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보여준다.
포르투 현대미술관인 세랄베스 미술관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정원 안에 자리해 있어 미술 감상과 함께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볼량 시장은 최근 새로 단장한 실내 시장으로 신선한 해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구경하며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강변에서 바라보는 다섯 개의 다리는 각기 다른 시대에 지어져 서로 다른 건축미를 뽐내는데, 특히 해 질 무렵 조명이 켜진 동 루이스 다리의 실루엣은 포르투를 대표하는 야경으로 손꼽힌다. 근교의 마토지뉴스 해변까지 전차를 타고 나가면 대서양의 파도와 신선한 해산물 레스토랑을 함께 즐길 수 있어 하루쯤 바다 공기를 쐬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밤이 되면 다리 아래 강변을 따라 버스킹 공연과 노천 바가 하나둘 불을 밝히며 낮과는 또 다른 활기가 도시를 채우는데, 이 시간대의 히베이라 지구를 걷는 것도 포르투 여행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꼽힌다. 강변 계단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유람선과 조명이 켜진 다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프란세지냐 한 접시로 느끼는 포르투 서민의 정서
포르투는 리스본보다 관광객이 적고 물가도 저렴한 편이라 여유롭게 도시를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알맞다. 도심 대부분의 명소는 도보로 이동 가능하지만 경사가 심한 구간에서는 지하철이나 푸니쿨라를 이용하는 것이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즉석으로 군밤이나 정어리를 구워 파는 노점을 만날 수 있어 소소한 먹거리를 즐기며 걷기에도 좋다. 포르투 사람들은 리스본 사람들보다 소박하고 정이 많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낯선 여행자에게도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는 경우가 많다.
포르투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프란세지냐로, 여러 겹의 빵과 고기 사이에 치즈를 듬뿍 얹고 매콤한 맥주 소스를 부어 먹는 푸짐한 샌드위치다. 이는 노동자들의 든든한 한 끼로 시작되어 지금은 포르투를 상징하는 대표 음식이 되었다. 트리파스라 불리는 곱창 요리는 포르투 사람들을 트리페이루스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만든 향토 음식으로,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함께 담고 있다. 포트와인은 식전이나 식후에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며, 단맛이 강한 루비 포트와 오래 숙성된 토니 포트의 맛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저녁에는 강변 테라스 레스토랑에서 노을에 물든 다리와 와인 저장고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는 것이 포르투 여행의 정석으로 통하며,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소액의 팁을 남기는 정도가 무난하다.
포르투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카페에서 진한 에스프레소인 비카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여행자도 이런 소박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중교통은 지하철과 버스가 잘 연결되어 있으며, 안단테 카드를 구매하면 대부분의 교통수단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습한 날씨 탓에 벽돌과 타일로 마감된 건물이 많은데, 이는 습기와 곰팡이를 막기 위한 실용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전통으로 도시 미관과 기능성을 동시에 잡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관광객이 몰리는 렐루 서점이나 상 벤투 기차역은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한결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으니 일정을 짤 때 참고할 만하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물어 비수기에 방문해도 큰 무리가 없으며, 관광객이 적은 시기에는 오히려 현지인들의 소박한 일상을 더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짧은 일정이라도 하루 정도는 온전히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는 데 할애한다면 이 도시가 지닌 소박하고 정겨운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